성경 단어 나눔

아덴 (Athens)

아덴은 BC 5세기경 이래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국가로 자리잡고 있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위대한 철학자들에게서 물려받은 철학적 전통과 문학, 예술, 건축 등 최고의 문화적 수준을 자랑하던 이 도시는 정치, 군사적으로 로마제국에 합병되고 난 이후에도 로마제국의 인정아래 당당히 자유도시로써 고유한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바울이 방문했던 당시 아덴은 고린도, 알렉산드리아, 다소 등 신흥도시들의 경제적, 문화적, 학문적인 발전에 가려 이미 '화려한 명성을 자랑하는 옛 도시'가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로마제국의 지적 중심지로 명성을 지니고 있었다. 보통 도시의 거리는 사람이나 신의 동상으로 구획지어져 있었는데, 특히 허메(Hermes)의 동상으로된 장식과 기둥이 많았다. 아덴의 중심에는 아크로폴리스로 불리는 해발 150m의 바위언덕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곳에는 이 지역의 수호신 아테나를 위한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해 수많은 신전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아레오바고는 아크로폴리스 서쪽에 위치한 평평한 언덕을 부르는 명칭이었는데, 이곳에서 주로 아덴의 종교나 도덕 문제에 관한 시민재판이 열렸으며, 일종의 시민자치 법정이나 지방의회 역할을 했다. 유명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수세기 전 바울과 비슷한 죄목, 즉 이상한 종교를 전파하여 젊은이들을 선동하고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혐의로 바로 이곳에 붙들려와서 최후진술을 하고 난 뒤 결국 죽음을 당했었다. 바울은 아레오바고에 서게됨으로써 자신도 비슷한 위험에 처하게 되었음을 알았을 것이다.

바울보다 훨씬 이전 시대에 아덴에 아주 무서운 전염병이 돌았는데 이렇게 많은 신들의 제단도 이 전염병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아덴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신'에게 제단을 쌓았는데, 이후 즉시 이 전염병이 가라앉았다고 한다. 이 제단은 바울의 방문때까지도 그대로 남아있었으며, 바울은 이 제단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유대적 뿌리와 구약성경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던 아덴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바울이 쟁론을 벌인 '에비구레오'와 '스도이고' 철학자들은 각각 에피쿠로스와 스토아 학파에 속한 철학자들을 가리키는데, 이들은 당시 가장 유행하던 철학사조를 따르던 이들로 아덴의 대학공동체와 지성사회를 주도하던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었다. 에피크로스 학파는 세상이 우연하게 이루어진 원자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면서 사후세계를 믿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이러한 사조에 영향을 받은 이들은 도피와 쾌락의 향유를 강조했다. 스토아 학파는 신이 자연의 모든 만물 속에 존재한다는 범신론을 믿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신을 '세상의 혼'(world soul)이라고 주장하며 자연만물을 신성시하면서 숙명론, 복종, 고통의 감수를 강조하였다.

사도 바울은 그 자신이 철학과 전통의 도시 다소와 예루살렘에서 최고의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으로서, 아덴의 현란한 문화와 예술, 웅장한 건축, 장엄한 역사, 최고의 지혜를 자랑하던 대학공동체와 지식인 사회를 바라보며 그 화려한 모습에 매료되거나 압도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믿음의 눈을 통해 화려한 아덴이 아닌 우상숭배 속에 신음하는 아덴을 바라보았으며, 창조주 하나님께 드려져야할 경배가 피조물인 사람과 금수의 모양을 한 우상에게 바쳐지는 것을 잠시라도 바라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비록 많은 어려움 속에 동료 전도대원들과 떨어져 혼자 남겨진 처지였지만, 그러한 어려운 상황이나 위험조차 사도 바울의 하나님을 향한 열심을 잊게 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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