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단어 나눔

시민권 (Citizenship)

A.D. 1세기 초대교회 당시 지방에서 어떤 사람이 로마의 시민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그 사람의 높은 지위를 상징하는 표시였다. 따라서 로마시민에겐 다양한 혜택과 특권이 주어졌는데, 정치적 참정권과 투표권, 재산권과 같은 기초적인 권리 외에도 범죄행위로 고소를 당할 경우 정식 재판절차 없이 고문을 동반하는 심문이나 형벌, 결박을 당하지 않을 권리, 정식재판 후 그 판결에 만족할 수 없을 경우 황제가 주관하는 로마의 최고법정에 항소할 수 있는 권리, 십자가형과 같은 잔인하고 모욕적인 형벌 방식을 피할 수 있는 권리 등을 가지고 있었다.

역사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로마 시민이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였는데, 아버지가 로마시민일 경우엔 태어나면서부터 시민권이 주어졌으며, 그 외에도 로마가 인정하는 식민지의 귀족 지도층, 로마제국을 위해 큰 공적을 세운 사람, 은퇴한 지원군인, 높은 지위의 로마인 주인으로부터 각별한 신임을 받아 자유를 얻은 종 등에게 시민권이 주어졌다고 한다.

나면서부터 로마시민이었던 바울은(행22:28) B.C. 171년 로마의 지방으로 편입되는 특혜를 얻은 길리기아의 '다소'라는 큰 성에서 태어난 유대계 시민으로, 사울이라는 히브리식 이름 외에도 바울이라는 로마식 이름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런 여러 정황을 미루어볼 때 아마도 그의 아버지로부터 시민권을 물려받았을 것이다. 바울의 집안이 어떠한 경로로 로마 시민권을 얻게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다소가 로마의 한 지방으로 편입될 당시 다소의 엘리트 사회지도층들이 로마의 시민으로 인정되었다는 기록이 있어, 아마도 이때 바울의 조상도 다소의 엘리트 지도층에 속해 있어 함께 시민권을 부여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바울의 부모는 로마 시민이었으나 동시에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공경하는 매우 훌륭한 유대인이었다. 아들을 유대교의 율법학자로 키우기 위해 유대교 회당의 엄격한 율법교육을 받게 하였고, 바울의 나이가 차자 예루살렘으로 유학을 보내 당대 최고의 율법학자였던 가말리엘의 문하에서 공부를 하도록 했다(빌3:5; 행22:3). 이러한 배경 때문에 바울은 헬라어와 히브리 방언을 모두 유창하게 구사였을 뿐만 아니라(행21:37; 22:2), 헬라 유명시인의 작품을 헬라인을 위한 자신의 설교에 인용할 정도로 헬라의 문화에 정통하였고(행17:28), 또한 유대교의 전통과 율법에도 철저했던 히브리인 중의 히브리인이었다(갈1:13-14; 빌3:5-6).

뇌물을 주고 시민권을 산 천부장 같은 사람들과는 달리 나면서부터 로마 시민이었던 바울은 자기에게 주어진 혜택과 특권, 배경을 자랑으로 여길 수 있었으나, 그리스도를 알게 된 이후 그를 아는 지식 이외의 모든 육체적 자랑들을 해로 여겼으며(빌3:7-9), 단지 복음 전파와 교회의 보호를 위해 꼭 필요할 경우에만 이런 혜택과 특권들을 조심스럽게 사용하였다(행16:37; 행22:25).

'오직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고 사도 바울은 말한다(빌3:20).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 새롭게 태어남과 동시에 '하늘의 시민권'을 부여받는다. 로마의 시민권과 달리 하늘의 시민권은 어떠한 액수의 뇌물로도, 어떤 능력과 자격으로도 결코 살 수 없다. 성령님의 인도하심에 굴복하여 그리스도를 믿고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한 이들만이 시민이요 하나님의 권속이라고 칭함을 받는다(엡2:19). 로마 시민권이 바울을 모든 형벌에서 보호하였던 것처럼, 그리스도의 의로우심에 의지한 하늘의 시민권은 우리를 영원한 형벌에서 구원하여 줄 유일한 방패요, 특권이다.



Go Back | Home |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