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단어 나눔

십자가 (Cross)

형벌과 사형집행에 사용된 나무. 페니키아인과 카르타고인들이 십자가형을 실시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후에 그리이스, 로마인들도 광범위하게 십자가 처형을 행하였다. 그 대상으로 로마의 시민은 거의 드물었으며 대개가 종들과 천민, 저급한 범죄자들이었다. 그러기에 유대인인 베드로는 십자가에 처형당한 반면, 로마시민인 바울은 참수형을 당했다는 교회의 전승은 이러한 고대의 풍습과 일치한다.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죄인은 가죽끈으로 된 채찍으로 '채찍질'을 당한 후 성문 밖 사형집행장까지 노예처럼 십자가를 지고 갔다. 그리고 발가벗긴 채 십자가와 함께 땅에 뉘어 팔 또는 손이 묶이거나 못박혔다. 죄인의 몸무게는 그가 걸터 앉아있는 돌출된 나무못에 의지해 지탱었고 그 상태로 죄인은 기운이 빠져 죽게된다. 때로는 사형수의 죽음을 재촉하기 위해 다리를 부러뜨려 빨리 죽도록 하기도 했으나 예수님의 경우는 선지자의 예언대로 하나도 부러뜨리지 않았다(시 34:20; 요 19:33). 예루살렘에서 발견된 AD 7년에서 66년 사이의 것으로 추정되는 십자가에 처형당한 사람의 유해는 다리가 뒤틀려있어 종아리가 십자가 가로틀과 나란하였는데, 이것은 격심한 고통, 발작적인 근육의 수축, 심한 경련을 일으키곤 했으며 더 빨리 죽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당대의 저술가들이 이렇듯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형태의 죽음을 대단히 고통스러운 것으로 상술하고 있는 반면 복음서에는 예수님의 고통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없다. 오히려 신약의 기자들은 십자가 사건의 신학적 의미에 많은 관심을 두었다.

하나님은 십자가를 통해 유대인과 이방인을 그리고 그들과 하나님 자신을 화해시키셨다(엠 2:14이하). 가장 저급한 사형 형태인 십자가 처형은 예수님의 겸손을 예증한 것이었으나(빌 2:8), 유대인들은 십자가 처형을 하나님의 저주를 받은 것으로 생각하였으므로(신21:23) 유대인에게는 오히려 그 사실이 예수님을 메시아로 인정하지 못하게 한 가장 심각한 장애물이 되었다(고전 1:23). 초대교인들에게 십자가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치는 것이었으므로, 십자가를 심미적으로 미화시킬 위험성은 전혀 없었다. 이렇게 잔혹한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대표하는 것이었으며, 십자가를 지고 가는 광경은 제자도의 좁은 길을 설명하는데 사용되었다(막 8:34).

예수님의 삶에서 십자가가 하나님께 부여받은 그의 임무를 상징하는 것이라면, 그리스도인에게 십자가는 그리스도인으로 부름 받은 삶에 수반되는 고난과 책임을 뜻할 것이다. 십자가를 진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까지 하나님의 뜻에 완전히 순종하신 것처럼 그리스도를 본받는다는 것을 뜻하게 된다(눅 14:27; 요 17:4). 이 때 십자가는 하나님의 뜻에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생활, 즉 그리스도의 가르침 아래 살아가는 생활을 뜻하게 된다.

그리스도인은 자기 안에서 자기를 지배하거나 결정하거나 욕구를 발현시키는 요소인 자아를 거부하고 또 포기하고 부인해야 한다. 이것이 더 이상 자기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를 생각하기보다 '살아 계신 하나님께서 나의 어떤 행동을 원하시는가?'를 생각하고 고민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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