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단어 나눔

세족식(Feet Washing)

발을 씻기는 것은 고대 유대지방에선 매우 중요한 관습이었다. 덮개가 없는 신을 신고 뜨겁고 먼지 나는 진흙투성이 길을 걸어 친구의 천막이나 집에 도착하게 되면 발을 씻는 것은 필수적인 일이었으므로, 이러한 환경적인 이유로 인해 손님의 발을 씻겨 주는 풍습이 생겨났다.

여행자들이 먼길을 걸어 왔을 때 집주인은 환대의 표시로 발씻을 물을 제공했으나, 신을 벗기고 다른 사람의 발을 씻겨 주는 것은 매우 천한 일로 여겨졌기 때문에 발을 씻는 일은 주로 그 집의 '가장 비천한 종'이나 여행자 자신이 직접 수행했다(창 18:4 ; 19:2 ; 24:32 ; 43:24 ; 삿 19:21). 만일 주인이 자기 손님을 매우 존경할 뿐만 아니라 그에게 애정과 겸손을 표시하기 원할 때에는 그 주인의 복종적인 아내나 자녀들이 그 일을 행하기도 했다(삼상 25:41). 따라서 누가복음 7:36-50에서 시몬이 예수님께 발 씻을 물조차 주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집주인이었던 시몬이 그리스도에 대해 존경심이 없었으며, 매우 교만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집주인으로서 예수님을 경홀히 대접했으며, 불친절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발을 씻겼던 풍습은 손님접대 의식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손을 씻는 행위처럼 일반적인 유대 종교의식으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단지 거룩한 제사장들만이 하나님께 나아가기 위해서 이 의식을 지켰을 뿐이었다(출 30:18-21 ; 40:30-32).

요한복음 13:1-17에서 예수님이 친히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사건으로 인해 이 의식은 매우 깊은 영적인 의미를 갖게되었다. 당시 물동이와 대야, 발수건은 이미 그 곳에 있었지만, 제자들은 '누가 더 큰 자인가'를 놓고 서로 심히 다툰 직후였기 때문에(눅 22:24) 천한 종의 일이었던 발씻기는 일을 먼저 자청하고 나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선생'이시며 또한 '주'라 칭함을 받는 분이셨지만, 친히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겉옷을 벗으시고, 수건을 한쪽 허리에 동여맨 비천한 '종'의 모습으로 제자들의 발의 씻기셨다. 예수님의 이러한 행동은 철저한 계급사회였던 당시의 문화적 배경과 관습을 완전히 뒤엎는 행위였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함께 했던 모든 사람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에, 성급하고 직설적인 제자 베드로는 처음에 이를 완강히 거부하기도 하였다(요 13:6-8).

제자들의 상상을 초월한 예수님의 이러한 행동은 교만한 마음과 이기적인 다툼으로 인해 제자들 사이에 팽팽하게 감돌던 미움과 적대감을 눈 녹이듯 녹여버렸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위대함은 바로 '섬김'에서 비롯된다는 깊은 진리를 가르쳐주었다.

예수님은 매우 상징적인 이 행위를 통해, 위대한 창조주의 영광을 '벗으시고' 비천한 '종'의 모습으로 우리의 더럽고 추한 죄를 '씻기시고' 담당하신 당신의 사랑을 계시하셨으며, 이것을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새 계명'을 주시는 계기로 사용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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