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단어 나눔

대제사장 (High Priest)

'대제사장'에 해당하는 히브리 원어는 '위대한 제사장', '기름부음을 받은 제사장'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구약시대에 대제사장은 여호와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의 중보자로서, 다수의 일반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을 다스리며 이들과 함께 각종 제사를 드리고 여러 유대 종교의식을 행하였는데, 특히 연례 속죄일에 특별한 속죄제를 통해 온 백성의 죄를 대신 속죄하는 중요한 책임을 맡았다.

대제사장은 종신직으로 출애굽 직후 하나님으로부터 직접 임명된 아론 이후 그의 직계후손을 통해 대대로 세습되었으며, 평생 레위지파의 일반 제사장들보다 더욱 높은 수준의 도덕적, 종교적 성결을 유지해야 했다. 대제사장으로 구별된 사람은 부모를 포함한 모든 시체와의 접촉이 금지되었고, 슬픔의 표시로 머리를 풀어헤치거나 옷을 찢을 수 없었으며, 과부나 이혼한 여인, 창녀와 결혼할 수 없었고, 오직 이스라엘 처녀에게만 장가를 들 수 있었다(레21:10-15). '기름부음 받은 제사장' 즉 대제사장은 여호와 하나님 앞에 이스라엘 백성을 대표하는 자로 여겨졌기 때문에 만약 그가 범죄할 경우, 그 죄가 모든 백성들에게로 돌려졌으므로 이것은 반드시 특별한 속죄제를 통해 속죄되어야 했다(레4:1-12).

구약시대의 대제사장직은 신약시대에 오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예표하는 중요한 직분이었다(히3:1; 8:1). 대제사장의 예복 각 부분들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성품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역할을 하였으며(출28:1-43), 대제사장에게 특별히 요구되었던 도덕적 정결함, 하나님의 백성을 대표하여 속죄를 감당하는 역할, 다른 사람들의 죄를 대신감당하는 중보적 사역 등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예표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대제사장 제도는 가나안 땅에 정착한 이후 사사 시대와 왕정 시대, 분열왕국 시대, 바벨론 포로시대 등을 거치며 그 순수성이 많이 퇴색하고 변질되었다. 정결함과 거룩함을 생명처럼 여겨야 했던 직분은 정치권력과 부를 상징하는 탐욕과 권세의 자리로 변하였고, 수 백년이 지나 예수께서 태어나실 무렵에 와선 급기야 신성하고 거룩한 대제사장 직분을 뇌물로 사고 파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사도행전 23장에서 사도 바울에 대한 핍박을 주도했던 아나니아는 AD 47-52년, 53-59년에 대제사장직을 거머쥐었던 인물로, 일반 역사가였던 요세푸스는 그를 로마 식민정책의 앞잡이로서 욕심이 많아 가난한 일반 제사장들의 몫이었던 십일조 헌물까지 훔쳐 개인재산으로 착복하고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로마 고관들에게는 아낌없이 뇌물을 바친 탐욕스런 인물로 기록하고 있다. 비록 사도 바울 자신도 그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한 채 선포한 경고였지만, '회칠한 담이여 하나님이 너를 치시리로다'라는 그 담대한 예언적 선포대로 이 일이 있은 지 채 10년도 되지 않아 권좌에서 쫓겨난 채 AD 66년 성난 유대인 국수주의 혁명당원들에게 잡혀 비참한 죽임을 당하게 된다.

온전한 의미의 '왕'이자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신 지금, 그의 그림자요 모형이었던(히8:5) 구약의 제도들는 이제 지나간 것이요, 옛 것이 되었지만 참된 대제사장이신 예수께서는 이제 그를 따르는 그리스도인들을 새로운 '왕같은 제사장들'로 부르고 계신다(벧전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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