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단어 나눔

부정한 짐승 (Unclean Animal)

정결한 짐승, 부정한 짐승에 대한 규례는 구약성경 레위기 11장, 신명기 14장에 등장한다. 정결한 짐승으로 간주되어 먹을 수 있는 짐승의 두가지 조건은 그 굽이 갈라져 있어야 하며, 새김질을 하는 짐승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레 11:3). 이런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먹는 것이 금지되었던 대표적인 '부정한' 짐승은 낙타, 사반(토끼와 비슷하게 생긴 너구리의 일종), 토끼, 돼지 등이었다. 물에 사는 짐승은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어야 했으며, 그렇지 않은 것들은 '가증한' 것으로 여겨져 먹는 것을 금지하였으며 심지어 그 주검을 만지는 것도 금지되었다. 새 중에서는 독수리, 솔개, 매, 부엉이, 까마귀, 갈매기, 올빼미, 박쥐, 타조 등이 대표적인 부정한 짐승으로 구분되어 먹는 것을 금했다.

율법에 의해 부정한 짐승으로 규정된 동물들은 대부분 위생학적으로 매우 불결한 주거 및 식생활을 하는 짐승들이며, 위생시설이 전무했던 고대에는 병을 옮기는 주범들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러한 규례가 주어진 것은 오직 위생학적인 배려 때문만은 아니었다. 보다 중요하고 근본적인 이유는 영적인 면에서 찾을 수 있는데, '부정한' 짐승으로 지목된 몇 몇 짐승이 이교적인 우상숭배행위나 주술행위 등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음식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 구약의 정결법의 진정한 목적은 외적인 정결의식을 통해 내적 정결의 중요성을 깨닫고 하나님의 택함 받은 백성으로써 이러한 내적 정결을 이루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것이었다. 또한 하나님의 백성들이 그들의 가장 기본적인 식생활에서조차 주변 이방인들과 완전히 구별된 삶을 살게 함으로써 늘 자신들이 하나님의 구별된 백성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오랜 포로생활과 유랑이민, 식민지 생활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은 이러한 규례를 매우 철저하게 지켜왔으며, 민족주의 독립투쟁을 주도하던 마카비시대의 유대인들은 지배자들의 강요에 의해 부정한 짐승을 먹기보다는 차라리 장렬한 죽음을 택할 정도였다. 다른 율법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던 초대교회 당시 팔레스타인 유대인들조차 이 음식규례 만큼은 엄격하게 지키고 있었다. 따라서 당시 이 글(사도행전)을 읽는 경건한 유대인 독자들에게 하나님께서 그 혐오스럽고 불경건한 짐승들을 잡아먹으라고 명하셨다는 사실은 커다란 충격이었을 것이다.

'하나님께서 깨끗하다 하신 것을 사람이 부정하다고 할 수 없다'(행 10:15)는 가르침은 단순한 음식규례의 변화라는 차원을 뛰어 넘어 이방인을 향한 전도의 문을 활짝 열어놓은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율법의 실체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심으로 유대교적인 규례를 통한 획일적이고 외적인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하나님은 사람의 외모를 취하지 아니하시고 하나님을 경외하며 의를 행하는 자를 받으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행 10: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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