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단어 나눔

로마로 가는 항해 (Voyage to Rome)

오래 전부터 제국의 심장부 로마를 직접 방문하여 복음 증거하기를 고대했던 바울은(롬1:10-15; 행19:21) 가이사에게 재판을 호소함으로써 비록 죄수의 신분이지만 로마 군인들의 엄중한 감시 속에 이제 로마로 향한다.

사도행전 27장처럼 정확하고 상세한 항해기록은 어떤 고대 기록에서도 찾을 수 없는데, 이는 분명 사도행전의 저자인 의사 누가가 바울 및 아리스다고와 함께 항해하면서 일일이 항해일지를 기록해두었다가 후일 저술에 참고했기 때문일 것이다.

직업군인이자, 영국 학술원 회원으로 뛰어난 지질/지리학자였으며, 동시에 요트 항해 전문가였던 제임스 스미스는 27장의 무대인 지중해 말타(멜리데) 해역에서 1844-5년까지 지내면서 누가가 기록한 항해를 연구했는데, 1848년 발간한 그의 저서에서 27장의 기록이 분명 뱃사람이 아닌 비전문가에 의해 기록된 실제적인 체험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울은 다른 죄수들과 함께 로마로 보내지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이미 사형이 선고되어 형이 확정된 자들이었으며, 로마 시민들의 즐거움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로마의 원형경기장에서 검투사 혹은 맹수와 싸우며 죽음을 당해야 하는 운명들이었다.

바울 일행은 가이사랴를 출발해서 시돈에 처음 기착하였고, 다시 항해를 시작해 구브로 섬 해안을 따라 바울의 고향인 길리기아, 밤빌리아의 앞 바다를 지나 무라에 도착하였다. 그 곳에서 이탈리아로 가는 알렉산드리아의 곡물 수송선으로 바꿔 타서 그레데 섬의 미항이라고 불리는 곳까지는 이르렀을 땐 이미 금식하는 절기가 지나 항해하기엔 너무나 위험하고 어려운 겨울철이 되었다.

선교여행 중 여러 번 항해와 파선을 경험했던 바울은 그곳에서 겨울을 지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죄수호송의 책임을 맡은 백부장은 당장의 경제적 실리와 편리를 앞세운 선주와 선장의 말을 의지한 채 무리한 항해에 나선다. 결국 광풍이라 불리는 북동풍에 밀려 지중해에 표류하게 되었고, 여러 날에 걸친 맹렬한 폭풍 속에 그들을 인도하는 해와 별마저 볼 수 없게 되어 방향까지 잃어버림으로써 구원의 여망이 다 없어질 정도가 되었다.

비록 바울이 오랜 선교여행을 통해 여러 번의 항해/파선 경험과 뱃사람에 버금가는 지중해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할지라도, 이러한 절망적인 상황 속에 그를 붙들어 세웠던 것은 그러한 경험과 지식 이상의 것, 즉 그리스도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믿음과 소망이었다. 하나님의 성품과 그분의 언약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졌던 바울을 통해 바울 자신뿐 아니라 그를 통해 선포된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그와 끝까지 함께 했던 사람들 모두가 생명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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