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회복과 수양회 - 김은숙 (AU2 간사)


웹집 편집장님으로부터 주권의 회복이라는 주제로 수양회 전체를 준비하면서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펜을 들었습니다. 혹시 저를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잠시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지난 1999년 처음 KBS 성경공부에 출석하게 되었고, 1999년 가을부터 200년 여름까지는 George Mason Univ.에서 그리고 2000년 가을학기부터 현재까지 American University 학부성경공부모임에서 간사로 섬기고 있고, 지난 2000년 가을 KBS West 수양회 전체 코디를 맡았습니다.

지금까지 수양회를 주로 "수혜자"의 입장에서 부담 없이(?) 다녔던 저에게 이번 수양회를 준비해보지 않겠냐고 물으시던 저의 지역대표 간사님의 제의에 저는 처음에 잠시 주춤했었습니다. "나 같이 부족하고 경험도 없는 사람이 수양회와 같은 큰 일을 준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마음 한쪽에는 좀더 편안하게 부담 없이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하는 저의 이기적인 생각들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결혼한지 채 1달이 되지 못한 신혼이라는 상황이 나에게 또 하나의 핑계거리를 주는 것 같았습니다. 신혼에는 왠지 남편과 함께 저녁도 하고, 설거지도 함께 하고, TV도 보고, 장도 함께 가고,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둘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이런 달콤한 생각들로 인해서 수양회 준비를 위해 드려져야 하는 시간들이 좀 마음에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 저의 KBS 대표 간사님께서 간사 수양회때 전해주신 말씀이 기억났습니다. 많은 경우에 사람들이 직장생활, 진학, 결혼생활들로 인해서 신앙생활을 계속하지 못한 채 최소한의 형식만으로 종교생활만 유지하는 것을 보게 된다고 말씀하시면서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신앙생활을 나의 유익과 나의 만족을 구하는 종교생활로 전락되는 것이 참된 신앙에 대한 인식이 부족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구나, 아마도 신앙생활에서 종교생활로 전락하는 것이 이렇게 한발한발 뒤로 물러서기 시작하면서 시작되는 것이 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으로 다시 한번 다짐하고 하나님의 도움을 구했습니다. 하나님, 물러서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한번 그리스도의 사랑을 경험하는 것만으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매번 크고 작은 결정의 순간들이 나에게 올 때마다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빈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고 그 뜻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아니라 성령님이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수양회의 준비. 직장일, 집안일, 성경 공부 준비, 그리고 수양회 준비로 인해 빡빡한 하루하루. 나의 게으름과 연약함으로 그중 어느 하나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드는 날이 더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 드려져야 하는 시간이 우선적으로 먼저 드려질 때 나머지 시간들 속에서도 참으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 수 있게 해 주시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양회를 준비하는 동안, 물론 제가 전에 꿈꾸던 여유로운 신혼생활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했습니다. 회사에 다녀와서 후다닥 저녁먹고, 설것이를 잽싸게 하고 나면 그 다음 시간들은 안방에 저의 조그만 책상으로 돌아가 수양회를 준비하시는 분들과 전화하고, 이메일 드리고, 기도하고, 이것 저것 정리하면 종종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시간을 놓치기 일 수입니다. 그렇게 늦게 까지 불을 켜놓고 일할때면, 일찍 잠을 자는 저의 남편은 으레 커다란 검정색 아이마스크를 눈에 두르고 자야 할 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잠도 편하게 자지 못하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래도 매일 밤마다 저의 부부가 수양회를 위해서 또 함께 준비하는 분들의 기도제목을 나누면서 함께 기도했던 시간들을 통해서, 하나님께서는 저희들의 부부의 삶에서 하나님께 시간과 마음을 드리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함을 직접 저희들에게 말씀해주시는 귀한 시간을 갖게 해 주셨습니다.

그런 귀한 경험의 체험들은 수양회준비를 도우시는 여러 분들의 삶에서도 경험되는 것을 볼수 있어서 더욱 감사했습니다. 학생과 직장인으로서 모두 빠듯한 일정들 속에서도 매주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정해진 시간에 나오셔서, 2시간 3시간을 후딱 넘겨버리는 마라톤 회의를 진지하게 참여주신 준비위원들. 토요일 아침의 늦잠과 여유로운 자유 시간들을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고 함께 해주시는 분들의 모습 속에서, 하나님께서 우리 삶에 주인되심의 자리를 되찾으시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 저의 수양회 모임에 처음으로 참석해주시고 열심히 준비해주신 한 형제님께서, 수양회를 갖다 오신 후, 하나님은 자신을 사랑하신다고 믿으신다면서, 자신은 그런 하나님을 사랑하지 못했던 이기적인 모습들을 보게 되었다며 눈물을 흘리시던 모습은, 순종하는 마음으로 성실히 작은 일에 충성하셨던 한 영혼의 삶을 통해서 하나님이 주인 되실 때 우리 삶이 나타나는 진실한 기쁨들이 무엇인지 보게 해 주셨습니다.

주권의 회복, 순종과 희생. 원래가 모두 하나님께로 온 것이라서 당연히 그 분께 드려지고 맡겨져야 하는 것인데, 우리의 죄악과 타락으로 말미암아, 나의 것이라 착각하게 되고 고집을 피우는 것을 봅니다. 착각과 고집의 결과, 우리의 삶을 온전히 회복하시기 원하는 그분의 손길을 참으로 부담스러울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것이라 착각하던 그것들을 그분에게 다시 돌려드릴 때 일어나는 삶의 온전한 회복을 기대하고 마음으로 한 걸음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수양회를 준비하는 자로서는 부족함이 많았던 수양회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나의 삶의 주인되신다는 것은 삶의 어떤 순간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과 구체적으로는 나의 시간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을 바로 보고 구체적으로 나의 시간들을 하나님께 드릴 수 있을 때 하나님께서 비로서 나의 삶의 주인되심을 회복하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허락되어진 최소한의 권리 마저도 포기하시고 종으로서 이 세상을 사시고 결국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 하셨던 예수님 앞에 내가 가진 것 중 어느 하나도 포기 하지 않으려는 나의 강력한 자아가 이제는 죽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드리게 될 때 참으로 받아야 할 것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에 순종할 수 있게 되길 기도합니다. 그 분의 도움이 없이는 시작도 하지 못할 일입니다. 그분의 도움을 바랍니다.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