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북미 유학생 수양회 코스타에 다녀와서 - 양유리 (AU1)


주님께서 먼저 사랑해 주셨기에 제가 사랑할 수있습니다… KOSTA에 다녀와서 이런 기도를 합니다. 사랑할 수있다는 것과 주님의 은혜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있었다는 것이 제가 KOSTA에서 얻은 가장 큰 것이었습니다.

일년 반 전 제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 바로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도였습니다. 왜 나를 위해 기도할까, 어떻게 아무 상관없는 나를위해 기도할수있을까 알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시카고로 향했습니다.

조원들을 만난 첫날, 저희 조에는 저보다 어린 예수님을 영접하지 않은 친구들이 세명이 있었습니다. 작정을 하고 간 것이어서 그런지 신기하게도 그 친구들이 누구보다 예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순간 순간 그 친구들이 하나님을 알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습니다. KOSTA에 대해 아무 기대없이 친구에게 등 떠밀려서 온 형제도 있었고, 동생이 반 강제로 데려온 자매도 있었습니다. 매일 저녁이면 조원들끼리 모여서 그 날 느꼈던 점들을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들의 나눔속에 하나님을 알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하는 말이 나오기를 바랬습니다. 사실 서로 많이 아는 것도 아니고 제가 그 친구들보다 나아서 그런 생각을 할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간절하고 안타까웠습니다.

KOSTA 두번째 날 저녁, 이동원 목사님 인도하에 예수님을 영접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모두 눈을 감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진하게 마음을 파고드는 목사님의 기도가 끝나고 “하나님을 알고자 하는 사람…지금 자기의 짐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고 그 분께 가까이 가고 싶은 사람…모두 일어나세요…”목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제발 저희 3명의 조원이 일어나 주기를 그 짧은 순간에도 기도드렸습니다. 그리고 나서도 계속 목사님의 기도는 이어졌습니다. “괜찮아요, 용기를 가지고 일어나세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여기 저기서 사람들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고 기도하는 소리가 계속됐습니다. “정말 용기있는 결정을 해주셨습니다, 이제 다른 분들도 일어나서 영접하신 분들의 어깨에 손을 얹고 같이 기도 합시다.” 저희 조의 3명의 조원이 다 일어나 있었습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눈물이 펑펑 쏟아졌습니다. 그렇게 눈물이 날 수가 없었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셨던 분들의 마음이 이런 것이었겠구나 이렇게 기쁜 것이었겠구나 그제야 알 것같았습니다.

그 날 저녁 이런 편지를 썼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제 일생에 하루종일 정말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하나님을 생각해 본 것은 오늘이 처음입니다. 하나님께서 항상 제 삶속에 계셨는데 저는 어찌 그렇게 무심했던지요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정말 처음으로 다른 영혼을 위해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던 날입니다. 그들이 예뻐서 그들이 사랑스러워서 너무나 간절했습니다. 왜 우리가 하나님 안에 한 형제 자매인지 마음으로 느낀 날입니다. 제 친 형제 자매를 위해서도 이렇게 울어본 적이 없습니다. 진정 제가 제 가족과 형제를 위해 이렇게 간절하게 구하면 하나님께서 꼭 구원해 주시리라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기쁘게 받아주셨습니다. 기쁘게 제 기도를 받아주셨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감사하고 기쁜 일이 있었지만 KOSTA 기간중에 항상 즐겁게만 보냈던 것만은 아닙니다. 하루는 정말 집중이 되질 않았습니다. 집에 두고온 화분에 물을 많이 못 주고 온 것부터 시작해서 돌아가서 공부도 해야하는데 걱정... 등등 생각한다 한들 어찌 할 수도 없는 잡다한 생각들이 눈앞에 중요한 세미나와 예배를 방해했습니다. 어제는 그렇게 굳게 결심했는데 하나님께 모든 것을 다 드리고 싶다고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는데…제가 너무 한심했습니다. 열심히 세미나도 듣고 모든 스케줄을 충실히 해서 KOST를 마치고 갈 때까지 많은 것을 얻고 가야하는데…라는 부담이 저를 더 힘들게 했습니다. 나는 정말 어쩔 수없는 앤가보다... 자책감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화가 나서 눈물이 다 났습니다. 가슴이 답답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찬양을 하고 있어도 여전히 잡다한 생각들이 가득했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알지도 못하겠고 해결되지도 않은 채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아침 거울을 보다가 문뜩 깨달았습니다. “아…이 부담감조차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구...” 하나님께서는 제게 알려주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는 값이 없는 것이고 제가 열심히 예배를 보고 열심히 세미나를 듣고 모든 스케줄을 충실히 따라간다고 해서 얻어지는 노력의 댓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하고 싶으셨던 것 같았습니다. 나의 노력은 내가 하나님을 경배할 때 당연히 따라오게 되는 행위일뿐 그것이 이유가 돼서 은혜를 주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거봐라. 네가 아무리 스스로 만족 할만큼 열심히 할려고 해도 그것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힘들고 부담스러웠지? 그냥 가만히 있는다 해도 나는 너를 사랑하고 내가 주고싶은 것은 너에게 주어야 할 때에 내가 알아서 줄꺼란...” 그제서야 가벼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마음에 부담이 없어지는 만큼 더 잘 시간을 활용할 수 있었고, 정말 중요한 것이 보였습니다.

KOSTA에서 제게 주신 은혜는 어떤 기쁨이나 눈물과 같은 감정으로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나 커서 그 앞에서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저 감사하고 행복해서 뭐라고 딱 표현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일상적인 삶 속에서 그냥 무사히 길을 걷고 밥을 먹을 때에 그 일상의 기적을 은혜로 받아들일 수있게 되었습니다.

KOSTA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이 단조롭고 때로는 건조한 제 유학 생활에 내린 단 비였습니다. 지겨운 수업 시간 중에 계속 기다려지는 쉬는 시간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항상 함께 하시지만 다시 그곳에서 만날 수 있기를 여전히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