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제자와 고난, 그리고 하나님 - 권지예 (GU2 간사)


I. 그리스도인과 고난

그리스도인은 고난이란 그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순조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어하는 욕망이 우리 인간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하나님이 전지 전능한 신이라는 이유를 들어 하나님이 고난이 올 때 즈음에 피하게 해 주시거나, 고난을 당해도 빠른 시일 내에 거두어 주시기를, 그리고 아주 최상의 방법으로는 아예 고난을 안 당하게 해 주시기를 바라고 있다. 오직 고난 없는 삶이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시는 모습이라고 생각을 하며 삶이 순조로울 때는 하나님을 찬양하다가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찾아오면 하나님이 자신을 버렸다고 원망하며 하나님을 떠나간다. 다른 한편으로는, 고난은 타락한 이 세상의 틀 속에서 예수님의 말씀을 지키며 살아가려는 그리스도인에게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 고난이라고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막상 현실속에서 당면하게 되면, 세상사람과 다름 없는 방식으로 하나님의 함께 하심이나 말씀의 위로하심, 기도의 능력 따위는 동화 속의 이야기처럼 아득한 것이 되어 사라진다.

고난을 받을 때 인간의 믿음이 나약해지는 것은 연약한 인간에게는 당연한 것일 지도 모른다. 위에서 말한 모든 상황들이 내 삶의 구석구석에서도 나타나는 것을 나 또한 인정한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예수님이 당하셨던, 그리고 그의 제자들이 자원했던 그 고난에 대해 알고 싶다.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고난이 세상에서 말하는 고난의 의미와 어떻게 다른지, 참 제자가 받아야 하는 고난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고난 속에서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답을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내 삶 속에서 깨달아가길 원한다.

II. 고난의 성경적 의미

한글 사전을 찾아보면 고난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맞닥뜨리게 되는 괴롭고 힘든 일, 고초라고 정의하고 있다. 영어로의 정의를 찾아본다면, An experience that tests one's endurance, patience, or faith 또는, A condition of pain, suffering, or distress 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고난을 최소화하고 싶어한다. 고난이 없어야 인간의 행복이 극대화된다는 생각에 왠만 하면 편안한 생활만을 추구하게 되고, 고난 받을 만한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지혜롭다고 생각한다. 잘 사는 삶은 고난이 없는 삶이라는 생각에 우리는 더욱더 성경 속에서 말하고 있는 고난을 어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은, 고난 받는 삶은 무엇 때문에 하나님께서 벌을 주시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유도 고난 받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면, 성경에서 고난을 받은 인물들을 생각해 보자. 사도 바울은 하나님께서 그를 통해 얼마나 많은 고난을 그리스도인이 받아야 할지를 보여주시겠다고 말씀하셨으며 (행 9:16) 돌에 맞아 죽을 고비를 넘기고 배가 부서지는 고비와 뱀에 물려 죽을 고비 등 이방인에게 말씀을 전하는 삶은 그 끝까지 한번도 순조롭지가 않았다. 사도 바울이 전도 여행 가운데 무언가를 잘못해서 하나님께서 그런 고난을 허락하셨다고 믿기는 어렵다. 하나님이 의인이라고 말씀하셨던 욥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삶을 살다가 한 순간에 가족과 재산을 잃고, 하나님께 울부짖기 까지 많은 고난을 받았다 (욥기 3:20). 그 또한 특별히 하나님께 죄를 짓는 삶에 하나님이 노여워 하셨다기 보다 그 고난을 통해 하나님을 더욱더 알아가는 계기가 됐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기름부음을 받은 다윗은 왕이 되기 전과 왕이 된 후도 쫓기는 삶의 연속이었다. 다윗이 남의 아내를 취한 죄에 대해서는 하나님께서 응징 하셨지만, 꼭 다윗이 죄만을 지어서 힘겨운 삶을 살았다기 보다는 하나님께서 그를 너무 사랑하셨기에, 사울처럼 실패하고 싶지 않으셨기에 고난을 주셨다고 할 수 있다.

그 외의 많은 성경 인물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께서 그들과 함께 하신다는 것이 고난이 없는 삶을 보장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들 모두가 고난 중 힘들어 해도 그 고난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게 된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에게 허락된 고난의 의미는 단순한 고통의 일차원적인 의미가 아니라 그 속에 하나님의 거룩한 뜻이 내포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경에서 말하는 고난은 앞서 말한 사전의 의미와는 정 반대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몇 가지를 나열하자면 가르침 (Guidance, 시편 119:67), 유익 (Benefit, 시편 119:71), 깨달음(Enlightenment,욥기 36:15)그리고, 신의 사랑(Divine Love 잠언 3:12) 이 있다. 성경에서의 고난은 어려움보다는 누구라도 받고 싶어할 축복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 라는 디모데 후서 1:8 의 말씀은 그러기에 복음과 함께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을 받으라는 의미로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빌 1:29). 이 고난 (또는 측복)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과의 굳건한 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우리의 삶이 말씀 속에서 갈등하게 되며,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조정되는 가운데 그분이 우리 인생 속에 함께하심을 체험 하게 된다.

III. 참 제자의 고난

고난의 의미를 안 우리는 어떤 고난을 받아야 할까? 그리스도인은 고난을 받아야 한다고 해서 감기가 자주 걸리기를 소망한다거나, 갑자기 친구들을 외면하고 철저한 고독 속에서 고난이나 받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는 것은 참 웃긴 일일 것이다. 어떤 고난이건 간에 우리가 하나님을 찾으면 하나님은 그 가운데서 역사하실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참 제자로서 우리가 받아야 할 고난은 앞서 말한 성경 인물들의 삶 속에도 보이듯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아가며 받는 고난 (의인의 고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경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죄가 있어 매를 맞고 참으면 무슨 칭찬이 있으리요 오직 선을 행함으로 고난을 받고 참으면 하나님 앞에 아름다우니라" (벧전 2:20)

그렇다면 어떻게 이 고난을 받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알 수 있을까? 난 이 질문을 받았을때 난 참 제자로서 고난을 받는다면 삶에서 말씀의 씨앗을 뿌린 열매가 있어야 한다고 대답을 했다. 의인의 고난은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형제 자매들을 위한 나 자신의 희생과 인내, 기도로 다른 한 열매가 맺어 가기를 기다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나라와 영광을 위해 사랑의 마음을 품고 "선한" 일에 고난을 받는 것에 우리는 열심을 품어야 한다. 내 주위를 둘러 보자. 참 제자로서 살고 싶다고 하나님께 간구하고나서도 난 아직도 형제 자매에게 전과 똑같이 내 자존심만 내세우며 살고 있지 않은가?

IV. 고난 속의 하나님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만 바람이여 나의 구원이 그에게서 나는도다. 오직 저만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원이시요 나의 산성이시니 내가 크게 요동치 아니하리로다" (시편 62:1-2)

고난은 당연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고난 가운데 문제 자체에 치중해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져버리기 보다는 해결책이 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고난 가운데 소홀히 하는 기도, 말씀, 그리고 믿음속에 함께 하시는 하나님을 다시 기억하고자 한다.

-기도: 하나님은 우리가 고난 중에 하나님과 대화하기를 원하신다. 고난 가운데 하나님께 원망함으로 그를 외면하고 간구하지 않을 때 하나님은 우리가 주님의 도움을 요청하기를 기다리고 계신다. (시편 107:19, 32:6 요나 2:2)

-말씀: 하나님은 우리가 고난 가운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말씀 가운데서 가르쳐 주신다. 그의 위로하심은 고난 가운데서도 우리가 기뻐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인 것이다. (시편 119:50)

-믿음: 고난 가운데 우리는 어떤 소망이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수님같이 의로우신 이가 이미 우리와 같은 혹은 더한 고난을 받으시고 이기셨다는 사실 하나로 우리도 예수님의 제자로 같은 길을 걸어나갈 때 이겨 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히브리서 2:18, 딤후 1:12)

하나님은 우리가 기도와 말씀, 그리고 믿음으로 나아갈 때 응답하신다.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하시고 (시편 91:15), 우리의 고난을 알고 계시며 (시편 31:7), 우리의 상한 마음을 위로해 주시고 (고후 1:5, 데전 3:7), 우리를 고난 가운데서 건져 내시겠다고 (딤후 3:11, 시편 34:19) 분명히 말씀하고 계시다.

나는 고난의 주제를 다루면서 하나님 앞에 한없이 부끄러워 진다. 나는 말씀을 위한 고난 보다는 내 자신의 삶속의 고난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매일 하나님께 내가 아파할 때 도대체 어디 계셨냐고 투정만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이제는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운 고난을 받고 싶다. 한 영혼을 위해 마음 아파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새벽을 깨우고, 항상 말씀으로 무장되어 있는 그런 참 제자의 모습으로 어떤 멸시와 조롱도 이겨 낼 수 있기를 간구한다. 이 "축복"을 통해 나를 강인한 그리스도인으로 훈련시키시는 하나님이심을 믿는다. 그리고 자격 없는 이에게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