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가시렵니까 - 권태성 (UM5 간사)


나 이 길을 걸으렵니다
나와 함께 가시렵니까

너른 길을 따라 편히 걷고 있는 당신을 위해
나 이 좁은 길을 내었습니다
나와 함께 가시렵니까

때로는 머리 누일 곳 없어 고단하고
마실 물 없어 갈한 길
그러나 로뎀 나무의 안식과
므리바의 기적이 해갈의 기쁨으로 살아있는 길

지팡이 하나와 두벌 옷
그것이면 충분한 가난의 여정
그러나 버림으로 얻고
비움으로 충만에 이르는 부유한 길

가장 낮은 곳으로 향할 때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며
가장 높으신 자의 음성을 듣기 위해
가장 낮은 무릎으로 엎드리는 길

때로는 따돌림 당하여 혼자 되고
조롱과 핍박으로 고난에 참예[參詣]하는 길
그러나 새벽 미명[未明],
그 영광으로 임하시는 새벽 별과 동행하는 길

'나'의 생각과 '나'의 계획,
'나'의 힘과 '나'의 능력이 쇠하여지고
'나'의 목숨도 아낌 없이 버려지는 길
그러나 쇠함 속에 소생[蘇生]하고
죽음으로 다시 사는 길

지금 이곳에 나 서있습니다
좁은 길에 이르는 이 작은 문 앞에 서있습니다
나와 함께 가시렵니까
이 좁은 길을
십자가의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