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 - 이일형 (KBS 대표 간사)    


고난이란 "정상적인 상태"에서 무엇인가 부족하기 때문에 비롯되는 고통 (아픔) 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부족하다는 뜻은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즉 일상 생활에 필요한 부가 부족하면 가난이란 고난이 있고, 건강이 결여된 상태이면 "병"에 시달리는 고난이 있다. 물론 아픔/고통을 느끼는 정도는 매우 주관적이어서 부족의 상태가 꼭 고난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고난을 받으라는 것은 고난의 상태를 자초하라는 뜻이다. 사람의 본능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고난을 피하려고 한다. 이런 본능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인간 안에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이다. 고난을 회피하려고 우리는 절제를 하고 노력하고 스스로를 연단시킨다. 즉 가난을 피하기 위하여 열심히 일하고 병에 걸리지 않으려고 운동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고난을 자초하라는 뜻은 어떤 특정한 조건 안에서만, 즉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을 때만 그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복음(기쁜 소식)은 고난(십자가)에 대한 이야기 이기 때문이다. 십자가는 하나님과 함께 있어야 하는 정상적인 상태에서 전락된 인간의 상태를 회복시키기 위한 대가이다. 즉 십자가는 "육체"가 된 인간을, 그래서 서로 괴롭히는 인간을, 정상적인 "영적"인 인간답게 살게 하기 위한 하나님의 응답이다.

십자가는 한번 있던 사건이지만 십자가의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바로 십자가의 대가를 체험한 우리들에 의하여 전해지는 것이다. 우리들의 삶으로 십자가를 흉내 내며 소식을 전하라고 하신다. 왜냐하면 십자가의 모습이 우리의 삶으로 보일 때 비로서 사람들이 십자가의 능력을 믿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십자가의 주역이신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스승이라고 부르는 제자들에게 각자의 십자가를 지고 자신을 따르라고 가르치신다.

십자가를 지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태를 정상적인 상태로 바꿈으로 인간이 원래의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하기 위하여 대가를 치루는 일이다. 다툼이 있을 때 먼저 용서해주고 사과함으로 비 정상적인 상태를 회복시키는 행위이다. 악한 자에게 이용당하고 있는 사람을 해방시켜 주며 대신 악한 자에게 보복을 당하는 행위이다. 가난한 사람의 고통을 보고 자신의 부를 나눠 줌으로 부족을 감당하는 행위이다.

십자가를 지는 것은 타락된 인간의 본능과 전혀 상반되는 행위이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은혜를 체험한 자에게만 십자가를 지는 것이 가능해 진다. 그런데 우리는 옛 이스라엘 백성처럼 은혜를 빨리 잊고 자신의 본능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래서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으라는 말씀이 우리를 깊은 고민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고민 가운데서 참 사랑를 실천할 수 있는 용기가 잉태되는 것이다.